꽤 예전부터 나는 역할론을 주장해왔다. 오늘은 이런 내 생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역할이란
관계에 맞는 행동양식을 지키는걸 역할이라고 부른다 생각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역할에 충실한 관계가 좋은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연인이 되지만, 연인이기 때문에 사랑을 나눠줘야만한다. 끊임없이.
낳았기 때문에 부모가 되지만, 부모이기 때문에 무한한 사랑과 훈육을 나눠줘야만한다. 다 클때까지.
그래야만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역할에 맡게 행동할 수 없다면 결국 관계가 변하게 된다.
역할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
하지만 우리는 항상 같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친구를 예로 들면, 함께 있을때에 즐겁고 그 사람이 하는 것을 응원해줄 수 있을때 우린 친구고 우정을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더 깊은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다면 그 사람과 함께 있을때에 그렇게 즐겁기만 하지 않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 썩 이해되지 않아보는 경험도 나눠봐야만 이 사람을 내가 얼마나 더 지지해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관계가 변하는 와중에는 역할도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깊은 관계로 가지 못하고 오히려 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그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때론 관계가 깊어지는 걸 경계하기도 한다.
역할의 변화에 대한 생각
나는 항상 더 깊고, 끈끈한 관계가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물론 깊고 끈끈한 관계가 주어진다면 그건 정말 소중한 선물이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다 깊어질 수 만은 없다. 물그릇안에 무거운 추를 계속해서 넣다보면 물그릇에서 물이 넘치고 물의 깊이가 얕아지는 것처럼 모든 관계를 다 깊게 만든다는 건 모든 관계가 다 얕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깊은 관계는 강한 역할을 요구한다. 우리는 모든 역할을 다 강하게 수행할 수는 없다는걸 인정해야한다. 만약 억지로 추를 집어넣었다가 추가 빠져나간다면 다시 물을 채우기 전까지 얕아진 물의 높이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역할을 지키기 위해서 들였던 공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얕은 관계는 가벼운 오리인형과 같다. 물위에 둥둥뜨기 때문에 언제들 치울수도 있고 물그릇을 예쁘게 만들어줄 수 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 깊은 관계를 굳이 만드려 노력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관계를 가져나갈만한 사람들만 만나거나,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때 좋은 위치에 물그릇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정도의 관계로 만들게 되는 법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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